뉴 노멀 시대와 BTS
BTS가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또 천문학적인 유튜브 조회수도 연일 경신되고 있는데요. 이런 BTS의 행보는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역시 기존의 빅 3 연예기획사의 영업 이익을 이미 훌쩍 넘어서 버렸다고 합니다. 힙합을 메인으로 내세우면서 등장했던 BTS의 멤버들은 데뷔할 당시에 17세부터 22세까지 평균 나이 19세에 불과했던 소년들이었습니다. 데뷔 초에 다소 장난기스러운 이름인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이름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냐? 이런 조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요. 또 아이돌 그룹이 언더그라운드 음악인 힙합을 메인으로 했다는 이유로 힙합실에서는 영혼을 판 변절자라는 의미를 담아서 '힙합돌'이라고 부르면서 강한 비난을 쏟아붓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2013년에 야심 차게 데뷔했지만, 우후죽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던 그저 그런 중소 아이돌 그룹들이 그렇듯이 BTS 역시 지상파 방송 출연 기회를 얻는 것도 당시에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매일 연습실과 합숙소를 오가면서 춤과 노래 연습으로 지쳐가던 멤버들이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방법은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이었습니다. BTS 멤버들은 직접 작사하고 랩 메이킹이라든가 안무 등 이런 다방면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실력과 자부심을 키워나갔는데요. 바로 이런 점이 무수한 아이돌 그룹과의 차별 지점이라는 사실을 데뷔 때부터 표 나게 내세웠었죠. 여기에 더해서 BTS는 데뷔 때부터 사회적 억압과 편견에 저항하고 10대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지켜가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면서 첫 앨범의 콘셉트를 청소년들의 삶과 사랑, 꿈과 이상을 정직한 언어와 생생한 감정으로 표현하면서 그야말로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출발했습니다.
모터 리처
가령 학교 시리즈 3부작 앨범들은요. 한국 청소년들의 고단한 삶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90년대 미국 힙합의 강한 비트를 재현하면서 힙합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는 열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일견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 작은 삶의 코드들에 전 세계의 청년들이 열광하는 데는 지금까지 이 청년들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의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BTS의 곡은 고루한 기성세대들의 사고방식에 비난을 가한 것도 있긴 하지만요. 그런 기성의 가치관 때문에 넘어질 거 같으면 더 세게 밟으라고 그리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럴 자격이 없다면서 청소년들을 향해 훈계를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훈계 돌' 또는 '잔소리 돌'이라는 이색적인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요. 무엇보다 BTS의 독자성은 초국적 고전 작품을 앨범의 콘셉트로 취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이를 음악과 문학, Music과 Literature의 결합이다라고 해서 '뮤터 리처(muterature)'라는 신조어로도 불리고 있는데요. 가령 2016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인 그 'WINGS'에 있는 곡의 구성과 뮤직비디오는 모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등장하는 오브제와 모티브를 따왔고요. 또 다른 앨범 'Love Yourself' 시리즈는 자신의 퍼스널리티를 능동적으로 발달시켜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런 말을 역설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모티브로 취했습니다. 또 2019년에 발매한 앨범 'Map of the Soul'이 앨범은요. 또 칼 구스타프 융 심리학의 전문가인 머리 스타인의 저서 '융의 영혼의 지도(Jung's Map of the Soul)'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그런 그 자아나 페르소나의 개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고요. 또 '불타오르네'의 뮤직비디오 등은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Wish You Were Here'의 재킷의 사진을 오마주 했죠. 또한 BTS의 멤버 RM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를 읽고 '희망이 있는 곳엔 시련이 있다'는 문장에 영감을 받아서 '바다'라는 곡을 만들었는데요. 이 문장은 이 곡의 후렴구가 되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어슐러 르 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이라는 책에 실린 단편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의 모티브를 따온 '봄날'의 뮤직비디오랑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콘셉트로 한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이 곡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청년들의 사랑과 영혼 그리고 성장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BTS의 앨범들은 갑자기 고전 작품들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고 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역주행 팬덤을 일으키면서 갑자기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읽게 한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도록 해 주었습니다.
BTS의 초국적 메시지
BTS가 초국적 메시지를 자신의 스토리텔링으로 선취해간 행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기폭제가 되면서 여기에 편승해서 BTS는 '우리는 인종 차별에 반대합니다. '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함께 하겠습니다. '라고 공식 트위터에 #BlackLivesMatter를 달아서 전 세계를 향해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지지했습니다. 이러한 BTS의 행동에 자극을 받은 케이팝 팬들 역시 이들과의 연대를 꾀했는데요. 그 무렵에 미국 텍사스주의 댈러스 경찰이 아이워치 댈러스 앱을 통해서 '불법시위 영상을 제보해 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케이팝 팬들은 케이팝 가수들의 사진과 영상으로 그 해당 앱에 잔뜩 도배를 해서 경찰을 무력화시키는데 동참했습니다. 이 케이팝 팬들에게 화답하기 위해서 소녀시대 출신의 티파니 영, 박재범, 2NE1 출신의 CL, f(x)의 엠버 등이 여기에 가세해서 자신의 SNS에 시위를 지지하는 등 연대의 움직임을 확대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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